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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7호] 포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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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강경석 작성일21-07-29 15:46 조회4,316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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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단상



‘아버지’라는 뜻깊은 질문

―164차 세교포럼 ‘신경숙, 『아버지에게 갔었어』론(발제: 한기욱)’



강경석(문학평론가)



  신경숙 작가가 오랜만에 펴낸 장편 『아버지에게 갔었어』(창비, 2021)가 많은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준 역작이었음은 지난 164차 세교포럼을 통해서도 입증된 듯하다. 창비 한기욱 주간의 발제와 문학평론가 전기화의 지정토론으로 진행된 월례포럼에서 발제자는 신경숙의 해당 장편이 ‘아버지’를 중심으로 한 가족사를 충실하게 소설화하면서, 굴곡진 우리 근대사를 “뜻깊게 조명하는 작업”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보고 그 성취가 장편 전작들인 『외딴방』과 『엄마를 부탁해』 사이 어디쯤 놓이는 듯하다고 평가했거니와 이 작품이 적어도 『엄마를 부탁해』를 뛰어넘는 성취를 보여준다는 점에 많은 참여자들이 공감했다.


  사실 『엄마를 부탁해』와 같은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낸 작가의 입장에서 ‘아버지’ 이야기를 내놓는다는 자체가 상당한 부담이었을 수 있다. ‘이번에는 아버지냐?’는 소리가 안 나올 수 없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구나 긴 침묵 끝의 단행본 복귀작을 펴내는 마당에 그런 예상 가능한 힐난마저 무릅쓴다는 것은 그만큼 절실한 무엇이 작가를 사로잡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그 절실함이 어디서 발원한 것이든 그것이 소설적으로 어떻게 발현되느냐는 차원은 또 다른 문제이다. 무엇보다 이 작품이 글쓰기 앞으로 돌아오기 위한 작품이고 그러기 위해 누구보다 친밀한 대상인 ‘아버지’를 필요로 했을 것이라는 포럼 당시 정홍수의 지적에 공감한다. 그를 긴 침묵으로 내몰았던 표절사태에 대한 원망이나 상실감이 없을 수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그것이 작품 속에서 참척의 고통으로 우회 설정되었음에도 이야기의 전개 가운데 결국 흐릿해지고 마는데 그것은 흠결이되 별도의 해석을 요하는 흠결이다. 어쩌면 이 작품은 있을 수 있는 원망과 상실에 맞서 그것을 이겨내는 비상한 승리의 여정처럼 보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버지에게 갔었어』는 우선 ‘나’의 문제로 시작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올연히 남는 것은 결국 아버지의 존재이고 또한 정읍이라는 구체적 장소이다. 포럼 당일에도 묘사의 생동감과 리얼리티에 대한 평가들이 적지 않았거니와 소설을 통해 제시된 ‘살아있는’ 구체적 삶은 어떤 이념이나 이데올로기로 수렴되지 않는, 오히려 그것들을 질문에 부치는 힘을 지니게 마련이다. 아버지를 표제화하는 순간 들러붙기 마련인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논의를 이 작품이 피해갈 수 있는 것은 아니나 그것은 가부장제 비판이라는 기준 아래 이 작품이 어느 지점에 도달했느냐가 아니라 이 작품을 통해 가부장제에 대한 우리의 통념이 어떻게 어떤 정도로 조정될 수 있는가의 차원이라고 해야할 것이다. “우리가 환원적이고 소모적이며 비생산적인 이데올로기 논쟁에서 한발 물러나” “‘실질적으로’ 가족과 모성, 부성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인지, 어떤 아버지상을 지향해야할지 고민할 시점”이라는 발제자의 지적도 그러한 맥락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에서 더 깊이 따져봐야할 문제들은 얼마든지 있다. 포럼의 사회자로서 필자는 “이 소설에서 가족주의 이데올로기를 비평하는 측면보다 오히려 그것을 확인해 주는 측면이 있지 않은지”를 반문한 박여선의 현장 발언을 작품 자체의 가족주의적 한계를 비판한 것으로 오인한 채 포럼후기를 작성한 바 있다. 그것은 토론자가 지적한 가족애와 가족주의 이데올로기의 구별이라는 뜻깊은 포인트를 필자가 놓쳤기 때문인데, "가족애와 가족 이데올로기의 차이가 한끗 차이"에 불과한 만큼 그와 “연루된 복잡한 층위들”(게시판 참조)이 보다 입체적으로 재현될 필요가 있었다는 박여선의 지적은 섬세하고 날카로운 것이었다. 거기서 이 작품의 성취와 한계가 함께 드러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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