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0호] 포럼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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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2-07-13 11:47 조회3,309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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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단상
과거에 대한, 그러나 미래를 향한
―175차 세교포럼: ‘K-방역의 그늘에서’
전기화(문학평론가)
지난 4월 중순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사회의 많은 풍경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거리에서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을 점점 더 자주 만나고, 밤늦도록 북적이는 음식점 옆을 지나는 일도 어느새 익숙해졌다. 2년 반 정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전지구적 팬데믹 위기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에 관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쌓아왔으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는 무능에서 벗어나 ‘대전환’의 기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꾸준히 제기되어왔다. 그래서일까, 놀랍도록 빠른 속도로 제자리를 찾아가는 듯 보이는 사회 전반의 활기가 반가우면서도 불안함이 스치기도 한다. 과연 우리가 지난 경험으로부터 배운 것은 무엇일까?
일상 회복을 향한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모아지는 가운데에서도, 그것이 ‘어떠한’ 방향성을 가지고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충분한 논의가 이루어지지 못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일상 회복이 필요하다는 타당한 명제에는 당연히 동의하더라도, 과연 그것이 문자 그대로의 회복 즉, ‘원래의 상태로 돌이키거나 원래의 상태를 되찾는 것’이라고 축자적으로 이해되어도 되는 것일까? 팬데믹을 통해 낱낱이 드러났듯이 만약 팬데믹 이전의 우리의 일상이 이미 재난이었다면, 과연 ‘원래’의 상태로 회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게 되는 것일까? 여러 고민이 생기던 즈음 세교 포럼에 참석하게 되었다.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된 것이다.
조형근의 발표 「K-방역의 그늘에서: 팬데믹, 기본권,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질문들」 가운데 특히 인상적이었던 점은 팬데믹 위기가 언제든 다시 찾아올 수도 있다는 문제의식 위에서 논의가 진행되는 부분이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라 충분히 예고된 시한폭탄이 터진 것에 불과하며, 이러한 인수공통 전염병은 세계화와 기후변화의 시대에 더욱 창궐할 수 있다는 점은 팬데믹 초기부터 거론되어 왔지만, 일견 엔데믹에 이르는 듯 보이는 지금의 시점에서야말로 더욱 적극적으로 되새길 필요가 있어 보인다. 이는 곧 우리의 지난 경험에 대한 반성적 성찰을 동반하는 질문이자, 앞으로의 방향에 대해서도 고민하게끔 이끌어주기 때문이다. 다시 반복될 수 있다면, 아니 다시 반복될 수밖에 없다면 과연 그때에는 어떻게 더 낫게 대처할 것인가? 전지구적 위기에 대처하면서도 어떻게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를 보다 성숙하게 지켜나갈 것인가?
발표에서 제시되었듯, “감염병 확산을 막아야 한다는 공공의 목적 아래 각국 정부는 다양한 기본권 제한 조치를 실행했고, 한국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조형근은 “이 과정에서 팬데믹과 K-방역이 한국 민주주의에 어떤 상처를 입혔는지에 주목”하여 “어떻게 우리 사이에서 과도한 기본권 침해를 정당화했고, 혐오를 창궐하게 했으며,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해왔는지” 톺아나갔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서 다소 편의적으로 왜곡되어 기억되었을 여러 사건들의 실체를 드러내고 이에 대한 비판과 반성을 시도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과거에 대한 평가의 작업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동시에 해당 작업은 언제고 다시 도래할지도 모르는 또 다른 위기 앞에서 “혐오와 차별, 배제의 증폭이 ‘일상적이고 정상적인 것’으로 정착할 가능성”을 어떻게 비껴나갈 것인가의 고민과 연동된다는 점에서 미래를 향한 작업이기도 하다.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이 작업을 어떻게 더 정교화 할 수 있는가에 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었다.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나가는 데 일정한 시간이 필요했으며, 처음이기 때문에 경험이 부족해서 발생했던 시행착오 또한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은 과거에 대한 해석과 평가에 있어 참작되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더불어 ‘권위주의적 국가 대 개인의 프라이버시’라는 익숙한 구도를 넘어서서 지난 경험을 언어화하고 바라볼 수 있는 새로운 관점을 창안해볼 필요가 있다는 제안은 진지하게 숙고될 필요가 있다. 이는 과거에 대한 보다 정확한 해석 차원의 문제를 넘어, 앞으로의 나아갈 방향성과 지향에 관한 고민까지 포함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의 한국문학 현장에서는 돌봄위기와 기후위기에 관한 문제의식이 제고되어왔고, 기존의 삶의 방식에 대해 비판적으로 재고하는 문학적 흐름이 활발했다. 그리고 이는 팬데믹 시기에만 국한되지 않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와 관련된 인간 삶의 근본 문제를 다루는 방향으로 담론화 되어가는 듯 보인다. 재난과 비상사태가 세상을 있는 그대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정상성의 장막을 찢어 열어젖히기도”(피터 베이커) 해준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벌려진 틈 사이로 우리는 ‘다른 세상의 가능성’을 얼핏 보게 된다는 이야기는 어쩌면 지금의 시점에서 더욱 적극적으로 환기되어야 하는 게 아닐까. 우리가 얼핏 목도한 ‘다른 세상’의 가능성은 무엇이었을까, ‘다른’의 빈칸 안에 어떤 내용을 채워 넣을 것인가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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