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엽] 국민의 이름으로 다시 걷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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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5-06-04 13:57 조회20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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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정 회복·사회통합·일상 평화, 국민이 주인이 될 때 가능한 일
우리는 대통령을 다시 뽑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가 아닙니다. 헌정질서를 무너뜨린 권력 남용과 민주주의를 흔든 위법 행위의 결과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불법적 계엄 시도와 그에 따른 탄핵, 그리고 국민적 분노와 저항이 이끌어낸 변화의 문턱 앞에 우리는 서 있습니다. 국민 모두는 이번 선거가 헌정질서를 회복하고 민주공화국의 기반을 되살리는 중대한 전환점이라 생각하고 '국가의 재설계'라는 각오로 맞이해야 합니다.
지금 우리가 되돌아봐야 할 질문은 단 하나입니다. "대한민국은 과연 누구의 나라인가?" 그 답은 헌법이 이미 말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그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이 원칙을 현실로 되돌려 놓는 것이 선거 이후 우리가 가야 할 길입니다. 무너진 질서를 바로 세우고, 다시 국민이 주인인 나라를 세우려면 헌정질서 회복, 사회통합 실현, 평화라는 세 가지 축과 방향성이 분명히 설정되어야 합니다.
첫째, 헌정질서 회복입니다. 오랫동안 우리는 '국익'이라는 이름으로 권력 오남용과 법치 훼손이 용인돼 왔습니다. 권력의 남용과 법치의 훼손은 국익을 해치는 폭력입니다. 진정한 국익은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국익은 헌법을 넘어설 수 없고, 넘어서서도 안 됩니다. 헌정을 파괴한 책임자들에 대한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한 최소한의 정의입니다. 법치가 다시 바로 설 때, 권력이 다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일 때, 비로소 국익은 국민을 위한 것이 됩니다.
둘째, 사회통합 실현입니다. 다양성은 민주정치의 꽃입니다. 사회통합은 합의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다양한 삶과 관점을 존중하며 갈등을 조정하고 공존을 회복하는 것이야말로 모두의 국가로 나아가는 첫걸음이자 지속 가능한 국가의 전제조건입니다.
셋째, 평화로의 전환입니다. 국격은 평화에서 비롯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안보를 말하면서도 불안을 유발하고, 외교를 말하면서도 고립을 자초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습니다. 평화는 힘을 과시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닙니다. 대화와 협력, 당당함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국가의 품격을 지키는 길은 '강한 무기'보다 '지속 가능한 평화'에 있습니다. 평화는 국익의 결과가 아니라 국격의 시작입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할 전략은 '시민주권 민주공화국'을 실현하는 것입니다. 정치는 늘 국민을 말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은 정치에서 배제되어 왔습니다. 갈등은 조장되었고, 다양성은 소외되었습니다. 정치는 더는 국민을 '대상'으로 삼아선 안 됩니다. 국민이 없는 정치는 없습니다. 국민의 참여는 이제는 정치적 이벤트가 아니라, 민주공화국을 지탱하는 일상적 행위가 되어야 합니다. 헌정 회복도, 사회통합도, 일상의 평화도 결국 국민이 주인이 될 때 가능합니다. 정치가 시민을 수동적 존재로 보지 않고, 함께 국정을 설계하는 주체로 인정할 때, 시민주권 민주공화국은 현실이 됩니다. 국민의 주권은 행사될 때 비로소 살아 있으며, 국익과 국격은 그 주권 위에서만 존립할 수 있습니다.
대선은 묻고 있습니다. 우리가 어떤 나라를 만들고 싶은지를. 그 물음 앞에, 이제 국민의 이름으로 다시 걷는 길을 시작해야 할 시간입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경남도민일보 2025년 6월 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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