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주] 중국-인도 관계 개선과 국제질서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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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5-01-08 14:44 조회38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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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 가는 12월 18일 베이징에서 중국 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왕이(외교부장 겸임)와 인도 국가안보보좌관 아지트 도발이 23차 국경문제 특별대표회담을 진행했다. 2019년 12월 회담 이후 5년 만에 개최되었는데, 다음 특별대표회담을 2025년 인도에서 진행한다는 것을 포함해 국경 관리, 변경 교류와 관련된 6개 항의 합의를 발표했다. 두 글로벌 대국의 관계 개선은 국제질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중국과 인도는 3500km에 이르는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했고, 국경분쟁도 끊이지 않았다. 2020년 6월 갈완계곡에서 1962년 국경전쟁 이후 가장 심각한 유혈 충돌이 발생하며 중·인관계는 1990년대 이후 가장 악화되었다. 인도는 투자 제한, 수입 규제, 중국 앱 퇴출 등의 대중 제재를 가하고, 쿼드(미국, 인도,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등 4개 국가의 협력 기구) 참여 등으로 미국의 대중견제 정책에 적극 협력했다. 미중 전략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중국의 안보환경은 더 악화되었고 미국에게는 큰 선물이 되었다.
해발 4000미터 이상의 고도, 영하 30도 이하로 내려가는 악천후 등으로 접근이 매우 어려운 지역에서 진행되는 국경분쟁 실상을 파악하기란 쉽지 않다. 역사적으로 보면 1962년 국경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지리적 접근성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던 인도가 분쟁지역에서 점령을 확대해왔고, 2010년대 들어 경제력과 군사력이 강화된 중국이 변경 지역에 대한 보급을 강화하고 반공에 나서면서 분쟁 강도가 높아졌다. 2020년에 중국이 공세를 강화했는데, 2019년 인도가 헌법 개정으로 분쟁지역에 인접한 카슈미르와 라다크 지역의 자치권을 취소하고 직할령으로 전환시킨 것이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이 공방전에서 중국이 우위를 점했고, 인도는 2020년 이전 상태로의 복귀를 중·인관계 개선의 전제 조건으로 요구했다.
당시 서부 변경에서 대립이 출현했던 6곳 중 4곳은 2022년 9월까지 완충지역을 정하고 완충지역에서 중국과 인도의 군인이 철수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그러나 나머지 2곳, 특히 전략적으로 민감한 뎁상평원 문제는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는데, 지난 10월 21일 인도 외교부가 대립 해소 방안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고 중국 외교부도 진전을 인정하며 상황이 극적으로 전환되었다. 합의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았으나 완충지역을 설정하고 양측이 완충지역에서 시간차를 두고 순찰을 진행해 충돌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분쟁 해결과 거리가 있지만 충돌 방지와 병력 감축이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큰 진전이다.
10월 23일에는 러시아 카잔에서 진행된 상하이협력기구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과 모디가 5년 만에 중·인정상회담을 갖고 중·인관계 정상화 방침을 천명했다. 합의의 실천에 의구심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이번 특별대표회담으로 합의가 순조롭게 실행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되었다.
이 변화에는 경제 요인과 안보 요인이 모두 작용했다. 경제적으로는 이 지역에 병력을 유지하는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인도에서는 중국과의 경제관계 악화로 투자 감소, 원자재와 중간재 공급 부족 등의 문제도 출현했다. 경제계에서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요구했다. 중국으로서도 인도 시장을 잃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안보적 차원에서는 인도와 미국 관계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 인도에 특별한 경제적 이익을 주지 못하고 인권 문제와 관련한 갈등은 증가했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인도양에서 인도의 영향력을 축소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인도가 미국 편향 외교에서 벗어나는 것은 중국의 안보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중국과 인도가 국제정세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 이웃의 대국과 적대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볼 수 있다.
중인관계 개선의 가장 주목할 결과는 글로벌 사우스를 이끄는 브릭스나 상하이협력기구의 응집력이 강화되고 국제질서 다극화가 가속화되는 것이다. 지금 중·인관계가 개선되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일본도 접촉을 확대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윤석열 정부의 진영 대립 외교로 이 흐름에 크게 어긋나 있다. 현재 국내 정치 상황은 이 문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이 역시 탄핵국면을 빠르게 정리해야 하는 이유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 창작과 비평 주간
광주일보 2024년 12월 31일
http://www.kwangju.co.kr/article.php?aid=17355708007782850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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