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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병직] 내일의 로스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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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5-09-05 12:46 조회25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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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시험 폐해 막으려 로스쿨 도입했지만 법학 교육 얕아지고 변시 준비에 치우쳐


방학이면 신림동 북적 재응시자 수 쌓이며 합격률은 점점 하락


제도 실패 비난하며 합격자 수 축소 요구 사시 부활론까지 나와


단점이 있다는 이유로 과거로 회귀하면 퇴행


제도를 어떻게 만들든 학교는 그에 따라 변신


현실 찬찬히 짚어보며 로스쿨 미래를 내다볼 때다


상고, 공고, 농고의 시절이 있었다. 여상은 여자상업고등학교의 약칭이었다. 통틀어 실업계 고등학교라 했다. 대학 진학을 원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 취업에 필요한 기능적 교육을 중심으로 운영했다. 가정 형편 때문에 수업료가 많이 드는 대학은 포기하고 졸업과 동시에 직업을 가져 돈을 벌어야 했던 학생들이 많았다.


지난날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대학 진학률은 20%에도 미치지 못했다. 대학을 지원하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고, 대학 정원도 지금에 비해 훨씬 적었다. 1970년대에는 대체로 18%에서 26% 사이였는데, 1978년의 경우 17.7%에 불과했다. 80년대 들어서자 30%에 육박하기 시작하여 전체적으로 50%를 상회했다. 2000년대에는 80%를 넘어섰는데, 전국의 고교 졸업자 수보다 대학 정원이 적지 않았기 때문에 어디든 진학만 목표로 한다면 누구나 대학에 갈 수 있게 되었다. 얼마 전부터는 학생을 확보하지 못하는 대학이나 학과가 문을 닫기 시작했다.


대학의 일반화는 넓은 의미에서 대학교육의 민주화였다. 고등학교와 대학의 차이가 좁아지면서 대학은 상급 고등학교 또는 대학 예과 같은 느낌을 주었다. 학과별 전공의 특성과 효용이 옅어지고 분과 학문의 힘도 약해졌다.


어느 새 과거 실업계에 해당하는 특성화 고교 지원자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금년 초반의 보도에 의하면, 특성화 또는 직업계 고등학교 지원자 수가 정원보다 증가했다. 대학보다 사정이 나아진 셈이다. 대학과는 달리 특성화 고교의 경우 지방 학교도 지원자가 많다. 지방의 직업계 고교에 지원했다 탈락해서 일반고로 진학하는 사례도 생겼다. 수업료만 내면 졸업장을 받을 수 있는 대학은 그 다음을 보장해주지 못한다. 경쟁력 있는 전문 기능을 익혀 쉽게 직장을 얻는 편을 선호하는 실리적 경향이 늘고 있다. 조리과학고, 호텔관광고, 골프경영고, 항공고, 로봇고 등 명칭만으로도 단순한 고등학교가 아니라 전문학교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전문화된 고교를 졸업하고 취업한 사람들의 초봉이 대졸자보다 높다는 통계도 나왔다. 블루칼라 직종의 반격을 예고한다.


이런 현상은 교육, 특히 전문 교육이 무엇인가라는 점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당연히 법학전문대학원이 떠오른다. 로스쿨의 문제점이 많이 거론된다. 실패한 제도라는 비난까지 등장했다. 근본적으로 지적되는 점의 하나는 로스쿨의 학원화다. 법학의 학문성은 사라지고 판례 위주의 변호사시험 대비 기관으로 변모했다는 질타가 끊이지 않는다. 해를 거듭할수록 재응시자가 누적되어 전체 합격률은 점점 낮아진다. 일부 로스쿨 학생들은 입학 때부터 졸업 후 몇 년 이내에 합격을 목표로 할 것인가 계획을 세우며, 방학이 되기 무섭게 신림동 학원으로 몰려든다. 서울과 지방의 차이도 갈수록 벌어진다. 사법시험의 폐해를 없앨 목적으로 도입한 로스쿨이 유사한 상황으로 되돌아가고 말았다.


한편에서는 변호사 수가 많다고 합격자 수를 줄여야 한다고 흥분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사법시험 부활론을 들먹인다. 새 제도의 단점을 없애겠다는 이유로 과거로 되돌아간다면 그것은 퇴행이다.


로스쿨의 문제가 드러난다고 로스쿨 제도가 실패라고 단정할 수 없다. 과거 법과대학 중심의 사법시험 제도와 비교해 봐도 그렇다.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고등학교의 사정과 본질에서 다르지 않다. 기성세대가 제도를 어떻게 만들든, 학생들 스스로 사회 변화에 적응하며 살아갈 길을 만들어 가면서 학교는 기능적으로 변신한다.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나 로스쿨 정원을 줄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반대로 늘려도 현안을 해결하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로스쿨의 현재를 정돈하고 미래를 전망해 볼 때가 되었다. 


차병직 변호사


법률신문 2025년 8월 6일


https://www.lawtimes.co.kr/opinion/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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