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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우] 압축 소멸 국가의 ND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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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무국 작성일25-12-12 14:18 조회89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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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자 이관후는 국회와 행정부를 돕는 일을 수년간 하면서 답답함이 머리끝까지 올랐을 것 같다. 한국은 낮아지는 출생률과 높아지는 자살률 속에서 무너지고 있는데 제도 정치는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일 생각이 전혀 없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이런 답답함을 모아 <압축 소멸 사회>를 펴냈다. 압축 성장해온 대한민국이 이제 압축 소멸을 결심했고 거기서 청년과 지방이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은, 실은 이를 책임지고 대응할 “정치의 소멸”이라는 진단이었다.


인구 절벽과 지방 소멸, 국내총생산(GDP) 성장 동력의 고갈, 그리고 정치와 사회의 대응 부재는 이관후가 처음 꺼낸 이야기도 아니다. 그리고 정부 부처나 유력한 싱크탱크로부터 그런 주장에 대한 반론을 딱히 들은 적도 없다. 가까운 미래에 대한 국가 전망에 엄청나게 중요한 변수들이고, 예상이 조금만 달라져도 전체 전망뿐 아니라 대응에도 큰 차이를 만들게 되는데 정치권은 대통령 임기 5년만 바라보며 관성적인 정책과 예산을 수립한다.


한국 정부가 11월 유엔에 다시 제출해야 하는 2035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 수립에서도 이런 모습이 되풀이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초안은 2018년 배출량 대비 ‘40%대 중후반’ ‘53%’ ‘61%’ ‘67%’ 등 4개의 감축안이다. 산업계는 이 중에서 48% 정도만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이고 시민사회는 한국의 책임과 역량을 감안하면 65% 이상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견해차가 상당히 크다 보니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최종 목표를 정하게 될 종합토론 일정을 11월4일로 연기하고 고심에 들어갔다.


그런데 이런 간극의 핵심은 산업 부문에 있다.


정부가 제시한 안에 따르면 2018년 대비 전력 부문은 68~79%를 줄이는 게 목표인데 산업 부문은 21~30%에 불과하다. 산업 부문이 국가 총배출량의 40%가 넘는 만큼 이런 목표로는 NDC 자체를 의미 있게 상향할 수 없다. 산업 부문의 경우 유럽연합(EU)의 64%, 일본의 40~43%에 비해서도 상당히 낮은 것이다.


그런데 산업계가 이렇게 버티는 이유는 저탄소 배출의 기술 개발 비용이나 시간 때문만이 아니라, 배출량 전망 자체가 너무 높게 잡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플랜1.5가 발표한 분석에 따르면, 정부의 2035년 배출량 전망은 전력(-10%), 수송(-10%), 건물(-15%) 등 대부분 부문에서 감소하지만 산업 부문만 24% 증가하는 것으로 설정돼 있다. 철강, 석유화학, 시멘트 등 다배출 부문 제조업 생산이 계속 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 어렵고, 그만큼 낮은 감축만 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다.


하지만 최근의 추세는 정부의 전망보다 더 가팔라진 인구 감소와 고령자 비율 증가, 더 둔화한 GDP 성장, 더 줄어든 제조업 비중을 보여준다. 인공지능(AI) 같은 요인이 도깨비방망이가 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부의 전망이 안일한 만큼 산업계의 태도도 느슨해진다. 경제 성장은 희망하고 고집한다고 지속되는 게 아니며, 우리는 붕괴보다는 연착륙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한다. NDC 작성 방식 역시 압축 소멸 국가에 적응하는 기조로 바뀌어야 한다.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경향신문 2025년 10월 23일 


https://www.khan.co.kr/article/202510231947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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